교수님,
저는 생화학자입니다. 학자는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설명한다고 하지요. 기계공학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취향에 맞으실지는 모르지만, 요새 일어나는 일들을 제가 잘 알고 있는 언어로, 남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을 빌어서 해 볼까 합니다.
대장균이 들어있는 플라스크를 두 개 떠올려 주세요. 이 안에는 균들이 증식할 수 있는 영양소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플라스크를 따뜻한 곳에 두고, 적당히 흔들어주면서 하루정도가 지나면 플라스크가 대장균으로 우글우글하게 될겁니다.
자, 여기다가 작은 변화를 주겠습니다. 플라스크 하나에 페니실린*(사실 페니실린은 대장균에게는 잘 안 듣기때문에, 대신 동생뻘인 앰피실린같은 항생제를 씁니다. 뭐 편의상 페니실린이라고 하죠), 을 넣는 겁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네, 인류를 살린 기적의 물질이, 아마도 99%, 많으면 99.9%의 대장균을 죽여버릴겁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1%, 0.1%의 균들은 내성이라는 걸 획득합니다. 페니실린이라는 독한 항생제가 있는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우수한’ 균이 되는 거지요. 일단 이런 내성균들만이 살아남게 되면, 그 균들은 페니실린을 비웃듯이 플라스크를 가득 채울 정도로 번식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중등교육은 벌써 저 페니실린 플라스크의 구실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KAIST 입학생들은 이미 내성을 많이 획득한 상태지요. 그리고, ‘징벌적 등록금(저는 이 단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작금의 상황을 잘 축약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개선된' KAIST 체계는, 또 다른 거대한, 페니실린이 잔뜩 들어간 '독한 플라스크'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입학사정관제의 비극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내성이 없이는 살 수 없는 플라스크에, 다른 방면으로의 뛰어난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페니실린 내성은 별로 없을 것 같은 몇몇 인재들을, 이미 내성을 가지고 있는 99%와 함께 집어넣고 잘 살아보라고 한 격이니까요.
대학은 페니실린 플라스크가 아닙니다
자, 원래의 플라스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진짜 재미있는 실험은 이제부터거든요. 두 플라스크-정상균과 내성균-의 대장균들을 적당한 방법으로 표시를 한 뒤, 자연적으로 대장균이 우글우글하는 장소에다 풀어놓습니다. 하수처리장쯤이 좋겠네요. 그리고 일정한 시간들을 기다린 뒤, 얼마나 이 플라스크의 균들이 하수처리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는 겁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반대로, 페니실린 없는 배지에서 자란 균들이 자연상태에서 훨씬 더 잘 경쟁하고 살아남습니다. 제가 이 실험을 직접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내성균과 비내성균간의 경쟁에서, 선택압이 없다면 비내성균이 승리하는 경우는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획득된 내성이 ‘훌륭할수록’, 내성균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경쟁력을 더 크게 상실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내성균은, 내성이라는 생존에 유리한 강력한 무기를 획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함균이기 때문입니다.
페니실린 내성균은 균 내부로 들어오는 페니실린-세포벽이 형성되는 걸 막아서 세포가 분열될 때 터져버리게 만듭니다-을 무력화시키는 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무기지요? 하지만, 페니실린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이라면, 이 무기는 짐이 될 뿐입니다. 왜냐구요? 개개의 생물체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페니실린이 가득한 플라스크 안에서는 다른 생존에 덜 필수적인 요소들을 다 버리더라도, 페니실린 내성 유전자에만 매달린 균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KAIST의 졸업생들이 지금의 시스템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된다면, 지금 KAIST가 펴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어느 정도 정당화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혹은 다행히도), 학생들이 학부를 졸업한 뒤 맞딱드리게 되는 환경은, 페니실린 잔뜩 들어간 또다른 플라스크가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하수처리장에 좀 많이 가깝다는 데에 지금의 문제가 있습니다. 공부 잘 하고 학점만 잘 받아서 인생 편히 잘 살 수 있으면, 그것도 뭐 좀 심심할지도 모르겠지만 훌륭한 선택이겠죠. 근데 KAIST의 구성원 모두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존영역을 찾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플라스크 밖에서, 페니실린 내성은 별 쓸모가 없는 장식정도가 아니라, 생존성을 좀먹는 독입니다.
대학의 학부과정은 완성된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을 하건, 더 심화된 연구를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하건 그들의 여정은 거기에서 비로소 시작입니다. 그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필수적인 교양을 심어주는 것이 학부과정이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더욱이 창의적인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쓰고 있는 KAIST는, 특정한 방향으로 선택압을 조절(또는 조작)함으로써 그들이 학점뿐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할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됩니다.
Plan B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
제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저도 학부때는 꽤 공부 잘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공수업을 당겨서 듣고, 2학년이 끝날때쯤에는 졸업에 필요한 수업들은 얼추 다 채울만큼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겨우겨우 진도나 따라가면서 들었던 수업들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도대체 뭘 배우는 지도 모르겠고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방황했을 때, 학점 신경쓰지 않고 들었던 다양한 수업들이나, 대학생이기때문에 할 수 있었던 다양한 일들이 없었다면, 학점은 조금 더 잘 받았을지언정 아직도 계속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 만약 당장 학점이 빵꾸나면 수십만원씩 ‘징벌적 등록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졸업을 앞둔 화학과 학부생이 약대 전공수업을 기웃거리다가 C를 받는 시도따위는 해 볼 수 없었겠죠. 지금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전공 공부와는 하등 관계없을 것 같은 ‘인간생명의 과학적 이해’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인간이 구성하고 있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생물학의 수준으로 설명하고,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쉬운 말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요새 통섭이다 학제간 연구다 또 새로운 바람이 부는데, 어느 누구도 모든 분야에 처음부터 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리고, 페니실린 플라스크는 generalist를(그리고 많은 경우에는 specialist도) 키울 수 없습니다.
어느새부턴가 우리 사회가 plan B를 허용하지 않게 바뀌어 왔습니다. 단순히 재도전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으로 최고의 답인 plan A가 존재하고, 그 plan A를 따라가지 못한 사람을 낙오자 취급하는 사회에서, 그것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해야하는 것이 대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적 다양성이야말로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KAIST를, 오랫동안 몸담고 계셨던 MIT와 같은 수준으로 만들고 싶다는 교수님의 열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MIT가 학생들에 대해 높은 수준을 기대하고 있고, 학생들이 받는 부담감도 높으며, 자살과 같은 불행한 일이 종종 일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KAIST 학부를 MIT 학부처럼 만들고 싶다면, 우선 MIT에 jazz 전공과 연극 전공이 있고, 학생 동아리인 MIT orchestra는 해마다 수준급의 연주를 들려주며, MIT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교수가 전자공학이나 화학이 아닌 언어학의 거두로, 동시에 정부와 기득권세력에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치 않는 노엄 촘스키라는 사실부터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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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바위에 쓴 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설명이 안되는 답답함이 좀 풀렸네요 하하하. 후배님들께 방황의 자유를 허하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ReplyDelete읽다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심금을 울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plyDelete요즘 일반고 학생들의 입학을 늘리고 여학생 여교수 영입에 노력하고 외국인 학생 교수를 늘리고 영어수업을 하고 논문 작문 커뮤니케이션 강화 수업들이 생기게 된 배경이 위의 generalist 교육을 위한 것 이었는데요. 일반고학생과 외국인 학생들이 과학고 학생들에 밀려 많이 힘들어하는 부작용이 일고 학생들과 일부 교수님들은 영어의 부담을 크게 느껴 반발이 일고 있어요. 뭐.. 영어 수업은 강의 수도 줄이고 완화 한다고 하는데 영어야 각자 필요에 따라 공부하면 되니까... 일반고 학생들이 고생인 듯..
ReplyDelete갑자기 페니실린 통에 풍덩 빠진 거잖아요. 암튼 그래도 등록금도 내가면서 열심히하고 있는 학생들이 절대다수입니다.
ReplyDelete아... 그리고 카이스트에도 오케 있어요~ 합창단도 있고~ 실력도 수준급 이랍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 실력있는 공연팀들을 초청해 무료 문화행사도 하는... 데... 아... 이건 학생들 보단 지역 주민들이 더 덕 보는 거군요... 머... 암튼... 그렇다고요...
잘 읽고 갑니다
ReplyDelete글 잘 읽었습니다 링크까지 걸어주시고 ㅠ,ㅠ
ReplyDelete비단, KAIST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교육자체를 되짚어보는 계기되는 사건이지요 (왜 항상 터지고 나면 고쳐야 할까요? 미리 예방하면 좋은데) 저도 졸업하고 이제 막 사회초년생으로써 이번일이 그저 막연하게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서 늘 관심이 가지고 보던 일이였는데 이렇게 좋은 글까지 읽게되어서 감사했습니다
헉 트위터에 링크 있어서 왔더니 너였어 -0-; - 서희
ReplyDelete너는 약대수업은 그렇다치고 중문과 전공수업도 듣지 않았냐 -ㅁ-;
ReplyDelete아. 정말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ReplyDelete생명분야의 전문가다운 관찰력으로 쓴 절제있는 글이군요 그 뜻 공감 합니다.
ReplyDelete잘 잘 읽었습니다. 심히 동감하는 바입니다.
ReplyDelete초등학교때부터 대학입시까지 주입식 몰입교육에 줄세우기식 경쟁교육을 겪어온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과연 대학교에서 갑자기 변할 수 있을까요...요즘 대학에서는 서구의 모델을 많이 흉내내려고 커리큘럼을 바꾸고들 합니다. 12년이상을 똑같은 교육을 받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휴학하는 이들은 저는 옆에서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회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합니다. 통섭의 가치를 내세웁니다. 이 말 자체가 넌센스죠. 우리교육은 甲을 위한 교육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맞추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나가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예로부터 교육은 국가백년지계라 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흥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육부터가 아닌 밑바닥부터 싹 바꿔야한다고 봅니다.
다른 측면에서 저는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문화센터에서나 배울수 있는 그런 과목(그것들을 깔보는 것은 아닙니다)보다는 대학에서 배울 수 있고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강의를 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도서관에는 토익공부를 하기보다는 양서를 읽기위한 목적으로 갔으면 좋겠구요. 머릿속으로는 혁명을 꿈꾸면서 의미없는 스펙만을 쌓고 있는 현실과 이상에 괴리를 가지고 있는 취업준비생이 지나가다 두서없이 몇자 남기고 갑니다.
좋은글입니다.
ReplyDelete브라보~~ 정말 멋진 글입니다.
ReplyDelete어디서 들은 듯한 대안이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듭니다
ReplyDelete플랜B가 없다? 내성페니실린? 귀하의 글을 따르면 카이스트는 이미 내성을
너무 듬뿍 가진 균들만이 들어온대학입니다. 그걸 모르시는 걸보면 역시
깊은 생각이 없이 단지 (전에 이런 비슷한 페니실린 예를 경제에 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짜집기에 불과하단 생각이듭니다
플랜B?? 왜 카이스트에는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바일로 적으려니 좀 힘들둔요
존경받는 교수는 말로 떠드는 요즘의 누구들이 아니라 힘들더라도
실행하고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신념을 실천하는 교수라고 생각하며
당신처럼 생각이 부족한 자들의 말장난꺼리가 아님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쓰고싶지만 막상 쓸 수 없는 수준높은 글이네요.
ReplyDelete대학의 학부과정은 완성된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을 하건, 더 심화된 연구를 위해 대학원으로 진학하건 그들의 여정은 거기에서 비로소 시작입니다.
ReplyDelete윗윗윗분은 이글을제대로읽으신것맞나요... 한번쯤다시꼼꼼히읽으시고코멘트다시는게좋을것같습니다...
ReplyDelete다 좋은 글이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좋습니다. 맞다, 그르다를 떠나서 혹시 스티븐잡스(애플창시자)의 Standford대학 졸업축사를 들으신 적 있으신지요? KAIST의 혀ㅑㄴ재 문제도, 대학의 등록금도 중요하겠지만, 다 더 많은 인생의 성공자를 만들고, 그런 성공한 사람들이 만들 더 좋은 사회를 기대하는 하나의 노력일거라는 믿음은 아직 없으신거지요? 여기서 실패했다고 인생에서 실패한다고는 믿지 맙시다. KAIST에서 나쁜 성적을 받거나 실패한 사람이 인생에서도 실패한다는 법이 없을것이고, KAIST에서 성공적으로 졸업한 분들이 다 성공한다고는 보기 어렵듯이 말입니다. 세상은 그런것 같습니다.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왜 그런 제도가 만들어졌는지의 의도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ReplyDelete아마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닐것 입니다. 다만 죽어서 문제를 외면을 하시지는 마십시요. 어딜가시든 못푼 문제는 계속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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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yDelete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ReplyDelete제 경험 상, 학부에서 공부 잘 했다고 박사과정 때 좋은 논문 쓴다는 보장 없고, 박사과정 때 좋은 논문 썼다고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보장 없더군요. KAIST의 공부시키기와 징벌적 등록금은 대체 뭘 위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plyDelete언제나 준비된 악플러들은 익명을 사용하고 그럴듯한 말로 글을 쓰지만 속은 텅 비어있고, 자신의 근거는 출처도 없고 예시도 대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겁하게 계속 살아가십시오. 자신을 스스로 좀먹으면서.
ReplyDelete위에 말장난이라고 하신분에 동의! 페니실린드립에 알맹이없이 단어들만 있는 단지 칼럼도 아닌 비평도아닌 편지글이 뭐가 좋다하시는건지.다른대안에 대해선 경험하지 않았으니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학교룰마저.카이스트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죽음을 외부에서 왈가불가하더니.본인자랑은 그냥 연구실에서.나약한이들의 강한교육이 절실한시점.요즘부모들이 자기아이채벌했다고 교직원경찰에 신고하는거랑 다른건 먼저간이들의 안타까움밖에 없는듯 하네요 연구원들의 현실성은 남다르다는거 인정하지만 결코 치열할순없죠 또한 이기적일수밖에 없고요 나쁘다는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갈순없습니다.또 다른 위대함을 위해!
ReplyDelete잘 봤습니다. 저는 당최 쓸 수 없는 좋은 글이네요.
ReplyDelete말장난이라고 하시는 분들의 댓글도, 결국엔 말장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거 같군요. 본인들 글도 엄청 추상적이라는거 아실까요. 거기다 자신을 밝히지도 못하면서.. 본인생각만이 옳다라고 믿는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계시네요.
"Gabriel Kim" 님의 댓글에 심히 공감합니다.
경향신문을 가볍게 훑어 보다, 생화학자라는 단어에 눈길이 끌려 읽어 봤는데, 호기심에 블로그까지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지식과 개념을 잘 소화하신 듯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글입니다..
ReplyDelete하버드의학대학원에서 포닥 활동 중이신 듯한데, 실험실 생활에서 이런저런 힘든 일도 많겠지만 차분하고 낭만적 풍경의 도시 바스턴에서의 삶도 즐겁겠지요..~.~
여러 해 전, 하버드와 mit 에서 박사과정, 포닥 혹은 교수 생활하던 선후배, 동창들을 만나러 바스턴을 두 차롄가 일시 방문한 기억이 납니다; 도미유학계획이 좌절되어, 지금은 학문의 길을 접었지만..ㅡ.ㅡ
언젠가 정치 혹은 현실참여할 기회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나 우리 한국의 교육개혁에 (특히 중고교) 큰 관심을 갖고도 있지요..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시켜 혹은 (상대평가적) 경쟁시켜 잘 훈련된 단순 과학자나 단순 공학자를 양성하는 목표라면, 서남표의 방향은 맞다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성격의 학교는 좋은 학교라 할 수가 없겠지요? 좋은 과학자란 단순히 과학만 아는 사람 (a scientist) 이 아니라 철학과 과학을 아는 사람 (a philosopher and scinetist) 이기 때문이지요..
카이스트는 박사과정 중심의 대학원 대학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면, 미국의 종합명문대학들인 mit나 cal tech을 모델로 삼아 개혁을 해야지 싶어집니다. (미국에, 우리의 카이스트, 포스텍 같은 이공계 특성화 명문대학이 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만!)
치열한 경쟁보다는 절대평가의 자연스런 경쟁으로 치열한 토론, 공부가 바람직한 것이고 그러면서 자유분방하게 학문을 즐기는 연구하는 분위기의 창조지향적이거나 현대과학 분야의 최전선에서 앞장 서는 선도 역할의 대학으로 발전하고 싶은 것이라면, 제가 서남표 총장과 카이스트에 드리고 싶은 제안들은 대략 다음과 같답니다.. (다음 아고라의 분위기를 잘 몰라, 아직 카이스트를 위한 글을 올리지 않고 싶습니다만..)
제안1. 미국의 mit나 캘텍처럼, 철학, 역사학 등 인문대와 경제학, 심리학, 정치학 등 사회과학대학을 포함하는 종합대학교 체제를 구축한다. 이 경우, 학부 및 석사 과정은 mit나 캘텍과 마찬가지로 등록금 자비부담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한편, 학교 및 학과당국은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지원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외부기관으로부터 기부금 등 재정확보에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공부케 해야 하고 수업을 따라오는 경우 대부분에게 평점 A나 B를 주어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안2. 혹은, 학부를 폐지하고 박사과정 중심의 대학원 대학 체제로 한다. 미국의 대표예. 라커펠러, 캘리포니어샌프런시스코대, 스크립스 (모두, 생명과학과 의학, 혹은 화학 분야의 박사과정중심 대학원 대학들이다. 미국 명문 대학원의 경우, 석사과정은 거의 없으나, 한국적 특수성과 현실을 고려하여 고급연구원 등 취업을 위한 석사과정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제안3. 제안2의 경우에는, 박사(PhD)과정의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학위취득 때까지 등록금 면제와 매달 생활비 지급, 건강보험료 혜택의 장학지원이 필수적이다. 미국의 박사과정은 등록금 전액 내지 대부분 면제와 매달 생활비(연 3만 딸러 안팎 수준인듯) 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반면, 학부 및 석사 과정은 자비부담 원칙이다.
제안4. 의사소통의 기본 언어는 당연 한국어여야 한다. 영어 등 외국어 습득문제는 중고교에서의 과제로 돌려야 하고, 국제학술회의 참가나 외국 학자들과 의사소통의 보조수단이면 되는 것.
제안5. 총장은 공학이나 경영학, 의학 등 응용학문 출신보다는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 등 자연과학의 기초학문 분야를 공부한 학자 출신이 바람직해 보인다.
잘보고 갑니다. ^^
ReplyDelete좋은 글과 깊은 성찰, 잘 읽고 갑니다 . 좋은 글인 만큼 많은 분들이 리트윗 하셨습니다.
ReplyDelete부정하는 분들의 댓글들은 왠지 모르게 의도를 알 수 없네요. (내용 파악이 힘들다는 의미)
ReplyDelete암튼 잘 보고 갑니다.
미생물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풀어주셔서 이해가 잘 되네요. 좋은 글 잘 보고가요! 검퓨터공학 용어로도 설멸할 수 있을지 상상 중입니다. ^^ 화이팅!
ReplyDelete읽다보니 일반고든 특목고든, KAIST든 아니든....
ReplyDelete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환경개선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초등생을 둔 엄마이고..
ReplyDelete비록 가능성(?) 있어 보이는 애를 두지도 못했지만
비슷한 자조적 회의감때문에 애와함께 내달리겠단 각오조차 품지 못하고 있습니다
범자의 변명이겠으나..
전 제 아이가 행복하게 살 길을 열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아무쪼록 우수한 학생들이 자발적 몰입으로
나름의 행복함과 희열을 맛보며 살아갈 수있길 바래봅니다~~~
제 아이들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가타부타 말을 하는 것이 송구스럽기는 하지만 경향신문을 읽고 한자 올립니다.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인 것 같습니다. 이부분을 빼고 대학교육만을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런데 MIT도 KAIST처럼 무료로,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는 학교인가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한 둘째 아이의 친구들 중에는 학년이 올라갈때마다 유급을 하거나,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대학을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더군요.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나날입니다.
ReplyDelete남의 돈(국민세금)으로 공부하면서 너무 편한 것만 찾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록금을 한푼이라도 내는 학생이 10%뿐이라고 하는데,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조금만 공부하면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네요.
ReplyDelete차라리 모든 학생들에게 정상적으로 등록금을 받고, 우수한 소수에게 장학금을 지급했으면, 서남표 총장이 이렇게까지 비난 받았을까 싶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왜 KAIST 학생들은 공짜로 공부해야 하나요?"
KAIST가 아닌 다른 학교를 나온 사람으로써 - 개인적으로는 KAIST보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 그냥 농담이라 생각하시고.... - 자살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살을 선택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은 해야 겠습니다.
ReplyDeleteKAIST의 현재 정책이 그러하다면, KAIST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어야 겠지요. 중이 절이 싫으면 떠나는 것이고, KAIST만이 최고의 대학은 아닙니다.
등록금이 없어서 자살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등록금을 내야하는 처지가 비관되었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끊어가면서 비관하고 절망해야 했던 상황인지는, 윗 글의 비유를 빌자면, 하수구에 사는 많은 대장균에게 물어봐야 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정도의 고통과 절망을 살면서 한번도 겪지 않았는지.....
세상에는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완벽한 것처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현재 KAIST의 제도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KAIST가 받는 여러 특권들때문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수업은 강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게 룰인 것을 알고 들어갔다면 불평을 하는 것은 의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ReplyDelete댓글로 쓰기엔 너무 길어서, 제 블로그에 썼습니다.
제목: 거대한 플라스크
주소: http://pencilseason2.tistory.com/152
sciolto/잘 읽었습니다. 몇 가지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것만 바로잡아볼까 합니다.
ReplyDelete우선 카이스트의 존재가치에 대해서부터 상당히 단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데, 대학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옳습니다만, 그리고 카이스트에 뛰어난 인재들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만, 그 인재들이 졸업하면 바로 뭔가 환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낼거라는 기대는 말 그대로 환상입니다. 멀리 갈 필요없이 제 예를 들자면, 대학원 3,4년차가 돼서야 1저자 논문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독립된 연구활동을 시작하고 교신저자가 되려면 몇 년이 더 걸리겠고, 지금 하는 연구가 실제로 '환금가능한' 가치를 갖는 연구가 되려면 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이러한 긴 여정에서, 학부과정의 몫은 다분히 땅을 다지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저는, 언급하신 '대학의 경쟁력'이라는 전제 자체가 제 글과는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설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카이스트 밖의 세계에 선택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사회의 경쟁속에 뛰어들겠죠. 문제는 그것이 혹독한 경쟁을 유발할지언정 그 '경쟁의 이유가 매우 다양한' 환경이기에, 거기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성을 갖추는 방법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지, 학점지상주의로 대표되는 획일화된 과도한 선택압으로 학생들을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카이스트 뿐 아니라 세상이 다 플라스크'라는 주장은 일견 맞을 수도 있지만, '에잇 이놈의 더러운 세상' 이상의 부정적 관점 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페니실린 플라스크와 하수처리장의 비유, 잘 보았습니다.
ReplyDelete문제는 페니실린 내성균들이 살아갈 사회가 하수처리장이 아니라 새로운 항생제가 계속 주어지는 플라스크의 연속이라는 사실이 아닐까요?
(사회는 '경쟁의 이유가 매우 다양한 환경'이라고 주장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플라스크의 색깔과 항생제만 좀 다를 뿐, '점수 위주' '내성 확보'라는 경쟁의 본질은 다 똑같습니다. 그리고 이미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학생들은 진짜 다양한 환경에 가기를 주저합니다. 나가서 성공한 사람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다들 책 한권씩 쓰거나 적어도 언론 인터뷰 정도는 하죠)
내성균들은 하수처리장에 가면 경쟁력이 없어 죽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플라스크에 남아 있으려 합니다. 지금 있는 플라스크에서 나가라고 하면 새로운 플라스크를 만들고 새로운 항생제에 자기 몸을 맡깁니다. '대학은 페니실린 플라스크가 아니다'라고 하신 말씀은 당위이지 현실에 대한 적확한 표현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 약대 6년제, 법학전문대학원, '글로벌' 경영대학원 등등, 요즘 속속 생기는 전문대학원(Professional school)들은 새로운 플라스크에 다름아닙니다. 다들 만만찮은 항생제를 넣어 놓았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법학대학원의 변호사시험합격률 75%가 아닌가 합니다.) 그 플라스크에 들어가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대학이나 전문학원이라는 플라스크에서 항생제와 열심히 싸우며 내성을 기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장 역시 항생제가 든 플라스크입니다. 삼성전자, 서울대병원, 김앤장, 이런 곳에서도 경쟁, 경쟁을 강조하면서 구성원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합니다. 이런 곳에서 일하면 '다른 대장균이 우글거리는 하수 처리장'에 갈 일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다른 플라스크에 든 내성균을 만나서 신세 한탄, 그리고 '하수 처리장에 나가면 절대 안 된다'는 다짐만을 할 뿐입니다.
플랜 B, 좋은 얘기입니다. 하지만, 플랜 B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플라스크를 깨어버리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플라스크 안의 달디단 배양액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겠죠. 말은 쉽습니다만, 세상이 그런 방향과는 반대로 가고 있지 않나요?
제가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쓴이께서 좋은 예로 든 미국의 명문대도 결국 다 같은 방향으로, '항생제 내성이 생긴 균'을 배양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최근 출간된 에이미 추아의 '타이거 마더'에서 예찬한 중국식 육아법도 결국 내성균 만글기 교육법 아니었나요?) 최근 유명한 과학자 중에 과연 과거와 같은 '르네상스형' 인간이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미국에 촘스키의 뒤를 이을 만한 '학문적 실적과 세계에 대한 옳은 태도'를 겸비한 학자가 있는지요? 세상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참 힘들다는 얘기,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neolone/좋은 지적이고 옳은 지적입니다.
ReplyDelete원글의 '대학은 페니실린 플라스크가 아니다'라는 구절은 당연히 당위의 문제를 놓고 이야기한 것이 맞습니다. 이상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이 당장의 생존에 치여 여력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의 세금으로 책읽고 공부하도록 허락받은 사람들이 그나마 사회에 밥값을 돌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말처럼 '생각한대로 살지 않아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요-그것이 개인의 수준이건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이건 말입니다.
결국은 세상이 온통 페니실린 플라스크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니냐.. 세계에서 랭킹으로 손꼽는 두 대학이 있는 도시에서 오래 살면서 여러 학생들을 만나고, 소위 말하는 미국 명문대의 입시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1) 그 학교들은 계속 뭔가 독특한 균들을 선발할 줄 아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는 것과, 2)그런 독특한 균들이 플라스크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굉장히 잘 갖춰져있다는 점입니다. 1)번의 신기한 재주라는 것, 물론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게 아니고, 그들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 얻어낸 노하우겠지요.
그런 것들이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한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그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책보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해 둬야겠습니다.
안녕하세요...
ReplyDelete이 글 처음 공개됐던 4월 16일에도 방문해 댓글 남겼었는데, 또 찾아왔습니다.
제 블로그(http://binote.com)에 이 글을 옮기려고 합니다. 허락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봄이 됐네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goldenbug/답장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가능하시면 인용은 전문링크로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plyDelete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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